최근에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 외국인들이 "Korean Shine Muscat"이라며 샤인머스캣을 평가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내용은 '맛이 일반 청포도랑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라고 하는 시덥지 않은 영상이였지만
저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샤인머스캣은 일본 품종인데 왜 한국 샤인머스캣이라고 소개를 하지?'
그래서 Korean Shine Muscat을 검색해서 나온 결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올린 영상이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K-FOOD SHINE MUSCAT | The Taste of Wonder 'K-FOOD' | ASMR | KOREAN FOOD"...
대한민국 농식품부, 날짜는 21년 10월. 문재인 정권 시절이네요.
맨날 단어 앞에 K를 붙이는건 이제 익숙하지만 샤인머스캣...을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상에는 샤인머스캣이 어디에서 개발되었다라는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혹시나해서 설명도 찾아보았지만 전혀 관련 내용은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건 바로 조회수입니다.
좋아요 1천에 댓글도 255개밖에 안되는 이 영상에 어떻게 조회수 약 14,000,000회(24년5월기준)가 나올 수 있는걸까요?
설명드리자면, 해당 영상은 비용을 지불하고 유튜브에 노출 광고 한것입니다.
이것외에도 많은 정부 주도 지원사업 대상의 유튜브 문화 홍보 영상들이 조회수와는 비례하지않는 좋아요와 댓글수를 가지고 있는게 이런 광고 영상들의 특징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분들께서 사비로 광고를 했을리는 없고 해당 영상의 정부추진 사업 광고집행금액이 얼마나 책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400만회 조회수는 꽤나 많은 세금이 사용되었을것같습니다.
아마 국내에 거주하시거나 유튜브 국가가 대한민국으로 설정되어있는 사용자들은 광고의 대상자에서 제외되었을겁니다.
즉,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해당 영상의 존재 자체를 알기가 힘들다라는거죠.
문제는 세금이 얼마나 사용되었나? 라는 질문보다
옳게 사용되었나?를 따져봐야한다는 겁니다.
샤인머스캣이 한국 음식인가요?
샤인머스캣은 일본 품종입니다.
위키피디아에 공식적으로 Japan이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1988년 National Institute of Fruit Tree Science (NIFTS) 라는 일본의 농림수산성 산하기관에서 Steuben: V. labruscana과 Muscat of Alexandria: V. vinifera를 이종 교배하여 만든 ‘Akitsu-21’를 다시 ‘Hakunan: V. vinifera’와 인공 교배하여 만든 품종이 바로 샤인머스캣입니다.
일본종자단속법(Seed Act of Japan)에 따라 2006년에 이미 샤인머스캣이 정식으로 품종으로 등록되었으며,
당시에 내수용으로 개발된 품종이기 때문에 해외 품종 등록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여기서 일본이 실수를 한것이죠, 해외 품종 등록기간을 놓쳐버린것입니다.
애초에 수출을 고려하지 않았기때문에 해외 품종 등록의 필요성을 못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샤인머스켓의 최초 개발이 1988년이였기때문에 25년 후인 2013년에 품종보호권의 기한이였습니다)
대한민국은 해당 품종을 한국에 들여와서 성공적으로 재배했고,
국내 내수시장에서 꽤나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 맛이 원산지에 비해서 뛰어나지는 않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여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수출상품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되죠.
물론 한국에서 샤인머스캣을 성공적으로 재배하고 수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을 마치 한국 고유의 품종인 양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K-Food라는 작명센스가 유치한걸 떠나서 그런 이름은 김밥이나 김치같은 음식에나 붙이는것이죠.
사실 샤인머스캣뿐만 아니라 몇가지 다른 일본 품종 과일도 있지만
정부 홍보 영상의 주제와는 다르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쨋든, 우리 옆나라 이웃나라에는 자기것이라고 우기는걸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있죠.
기억하시나요? 국내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며 국민들이 분노했던 중국의 김치 담그는 영상입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해당 유튜버는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지도 않고,
광고로 영상을 홍보한 것도 아닌 개인이였다는 점입니다.
해당 영상에 조회수와 댓글은 어떨까요?
조회수는 한국 샤인머스캣 광고 영상에 비해 낮은데도 불구하고 댓글수는...
거의 400배 가량 더 많습니다, 좋아요도 170배 가량 더 많구요.
이게 광고로 홍보한 영상과 아닌 영상의 차이라고 보시면되겠습니다.
어쨋든, 무려 10만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한국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욕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적어도 우리가 이런 내로남불식의 논리를 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치가 왜 대한민국것일까요?
중국 나파배추를 사용하든, 중국 고춧가루를 사용하든, 그 결과물이 김치라면 그것은 우리가 개발한 한국음식입니다.
일본 단무지를 사용하든, 일본 쌀을 사용하든, 그 결과물이 김밥이라면 한국음식입니다.
진돗개가 미국에서 태어나든, 독일에서 태어나든, 그 품종이 진돗개라면 Korean Jindo인것이고,
시바견이 중국에서 태어나든, 화성에서 태어나든, 그 품종이 시바견이라면 Japanese Shiba Inu 인것입니다.한국 시바견 같은건 있을 수 없듯이, 일본 진돗개 같은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샤인머스캣은 한국에서 재배했으니 K-Food라고 해외에 홍보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때 그 누구도 일본측에서 불편해할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로열티를 내지 않는다', '일본이 해외품종 등록을 안했으니 문제 없다'라는 식의 논리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상도덕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김치 만드는 영상에 분노한게 그들이 법을 어겼기때문이였습니까?
대한민국 음식중 대표적으로 비빔밥, 김치, 불고기, 김밥, 떡볶이등 세계적으로 이미 수출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음식들이 있는데에도 굳이 우리가 개발한 품종도 아니고 로열티를 내고 있는 품종도 아닌 일본이 개발한 샤인머스캣을 K-Food라며 홍보하는 일은 우리가 먼저 불편해야할 일이고 우리가 화를 내야할 부분입니다.
샤인머스켓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서 수출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다면 참 좋은 일이지만, 단순히 한국이 일본품종의 시바견을 더 잘 수출한다해서 시바견이 K-Dog가 될수 없듯이, 마치 한국의 독자적인 개발 품종인 양 샤인머스캣을 K-Food라고 홍보하는 것은 우리가 중국을 바라볼때의 이미지와 같이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이미지와 신뢰성을 잃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김치에 대해 이야기 할때 우리가 분노했던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잘못에 대해 먼저 비난해야 비로서 다른 잘못된 것에도 분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한국만의 전통과 매력이있고 한국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와 시민의식이 선직적이고 양심적이라는 것도 행동에서 나타날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길이고 우리의 문화를 홍보하는 길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점들을 깊이 고민하고, 좀더 낮은 자세와 양심적인 문화 산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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